구보(仇甫) 박태원(1909~1986)의 소설 <천변풍경>(1936년 作)을 소재로 한 특별전시가 서울 마장동 청계천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바로 앞쪽에 천변의 빨래터를 재현한 오토마타(automata)를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이 가운데의 빨간 버튼을 누르면 빨래판 위의 미니어처 여자들이 빨래방망이를 두드리도록 설계돼 있다.

동네와 사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빨래터는 여자들의 주요한 일터이자 친목의 공간이다. 반면 동네의 대소사에 관한 온갖 정보가 교환되는 이발소는 남자들의 사교장이랄 수 있다. 또한 이발소는 신체발부(身體髮膚)를 중시했던 전통사회와 근대사회를 선명하게 구분하는 장소이다.

광교 모퉁이 다옥정 1번지에 자리한 평화카페는 술과 웃음을 파는 유흥의 중심지로 설정되었다. 제27절 ‘여급 하나꼬’ 편의 카페 여급(여자급사)은 근대화가 낳은 새로운 직업여성이었다.

제23절 ‘장마 풍경’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와 청계천의 물길 영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는 7분에 1회 꼴로 흐르게끔 구성되었다.

① 제1절 ‘청계천 빨래터’의 오토마타(이석연 작/2018년/44×56.5×48)  ② 제13절 ‘딱한 사람들’의 배경으로 여급 하나꼬와 기미꼬 등이 근무하는 평화카페  ③ 제7절 ‘민 주사의 우울’을 모티브로 거울에 투영한 이발소의 영상  ④ 제23절 ‘장마풍경’을 영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천변풍경>은 1936년 8월부터 10월까지 ‘조광(朝光)’지에 연재된 구보 박태원의 세태소설(世態小說)이다. 1930년대 어느 해 청계천변의 약 70여 명 인물들이 살아가는 일상사를 50절의 이야기 속에 담았다.

등장인물은 나름의 도덕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상적 인물과 그 대척점에서 돈과 욕망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부정적 인물인 ‘민 주사’는 채만식의 중편 <태평천하>의 ‘윤 직원’에 비견된다.

에피소드형 구성으로 뚜렷한 중심인물 없이 각각의 등장인물은 모자이크의 조각처럼 존재하는데, 제2절 ‘이발소의 소년’ 재봉이의 시선을 통해 독자는 개개 인물의 정보를 종합하여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의 상황을 머리 속에 그려낼 수 있다.

지난 5월 4일(금) 개막한 청계천박물관의 천변풍경 전시는 다음달 1일(일)까지 계속된다. 관람은 무료다.

변자형 기자  asadano@gmail.com

<저작권자 © 한국여성연합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